친구를 만나다.
머리가 굵어진 이후로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서로의 리액션들을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인다기 보다는, 나름 확립된 자신만의 안경으로 평가를 하는 이유일까 . 그런면에 있어서는 이성 친구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예전 처럼 순수하게 좋아지지 않는다든지, 자꾸 원하는 것이 많아 진다는 지, 혹은 이 친구가 나한테 원하는게 있을까 라든지.... 그래서 그런지, 한국으로 돌아와 옛 친구를 만나는 것은 참 큰 기쁨이다. 가장 편하게 대화하고, 가장 편하게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옛 친구들 말이다.
지방에 남아있는 내 유일한 단짝 친구인 A 군은 애석하게도 어머니 아부지가 이혼을 하셔서, 어릴적부터 외할머니, 할아부지 손에 서 큰 남다른 아이다. 그런 악 환경에도 불구하고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 비록 제대로 된 학교과정인 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가장 빨리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이제는 자리를 잡고 있단다. 한 2년 전쯤인가, 술잔을 기울이는데, 자꾸 돈 얘기를 하더라. 돈이 없어 죽겠다고.. 그래서 나는 그 친구에게 ‘적금’이라는 것을 들어보라 했다 .(한때 경제 관련 서적을 읽으니 거기서 그런말이 나오더라.) 물론 지나가는 말이었지. 그리고 이번 술자리에서 그 친구가 또 돈 타령을 하더라.. 25만원으로 생활하려니 미치겠다고. 난 그소릴 듣고 무슨 정규직이 그 정도냐고 펄쩍뛰었지만.. 그 친구가 이렇게 얘기하더라.
“150 받고, 125는 니 말대로 적금 넣고 있어. 그래도 뿌듯하더라. “
“미친놈 그럼 100 만원 넣어. 이렇게 그지 생활하면 좋냐?”
“그래도 기분은 좋아 . 250 버는 놈이 125 저금하는 거나, 150버는 놈이 125저금하는 거나, 어차피 훗날에는 똑 같을 꺼 아니야. 그나마 젊을 때 몸을 조져놔야 후에 몸이 편해.”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 내친구의 상황이 , 그리고 항상 더 많은 돈을 지니고 돈이 없다고 투정한 내 모습이… 친구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부끄러워 지기 시작했다. 이제 내 친구들은 어엿한 사회일원으로 각자의 일을 하나씩 해 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나는 아무것도 해 놓은 것이 없었다. 내가 말한 적금조차도.. 들어 보려 하지 않았다.
“사실 어렸을 적에 너랑 윤이 만나는 거 되게 꺼려했거든.”
“왜?”
“넌 중국가서 공부하고, 윤이는 미국가서 공부하고… 난 그냥 아직 지방에 남아있는데.. 상대적으로 뭐하는 건가 싶고…. 근데 언제부터인가 너희가 더 힘들거란 생각이 들더라. 그러니 너의 그 지랄 맞던 성격도 많이 깎인 거 아니냐... ㅋㅋㅋㅋ ”
“xx놈, 형이 원래 매너리 였자나.. ”
“참 , 거긴 어떠냐…….?”
언제 부터였는지 모른다. 어렸을 적엔 그냥 친구들과 어울려 술집, 나이트, 오토바이 등 각종 유흥 업소를 전전 긍긍하며, 사나이의 기상(?)을 펼치며 즐거워했었지만, 어느 순간 그 친구들과 같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삶’을 얘기하게 됐다. 예전의 화두는 “야, 어디 어디 나이트가 물이 끝내준다는데~” 였지만 , 현재는 “요즘 뭐하고 살어?” 로 바뀌었다고 할까. 그리고 서로 많은 것을 공유 하며 즐거웠던 일도 떠올리고, 앞으로 해야할 일을 마치 자기가 대통령이 된듯한 말로 지껄이기도 한다. 그들과 함께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즐겁다. 예쁜 여자를 꼬셔서 즐거운게 아니라, 멋진 오토바이를 사서 기쁜게 아니라, 술마시는게 즐거운게 아니라 , 친구가 있어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