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뒤척이다 못해, 아예 못 이루는 새벽. 요란하게 지나가는 바이크 소리에 나는 흠칫 놀라 그나마 오던 잠마저 쫓아버렸다. 그리고 단지 3초도 안되는 지나간 4기통 바이크의 중후한 소리는 나를 잠시나마 과거로 돌아가게 해주었다.  내가 잠시 '미쳐 있었던', 바람을 가르던 시절로 말이다.

 바이크; 남자의 로망의 대상. 무릇 많은 남성들이 바이크를 처음 접하는 계기는 "뽀대"와 "가오" 였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내 시절엔 그러했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그렇다할 변명거리로 "멋진 소리"와 "코너링시의 스릴"이라는 명목을 내놓았으나, 영화 <비트>의 영향으로 바이크를 접한 젊은 남성들은 실로 어마어마 했다. 물론, 나 또한 그랬었고.....
 
주로 바이크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가장 설레이는 순간은 멋진 슈트와 바이크를 가지고 거리를 활보하는 일일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적지않은 남성들의 부러운 시선들을 느낄때 마냥 흐뭇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특히나 터널구간에서 울려퍼지는 나의 사랑스러운 애마의 "섹시한 비명소리"는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덧 그러한 것에도 신물이 나게 마련이다. 가죽으로 된 슈트는 사우나 뺨을 치고, 조금만 달리려고 하면 걸리는 신호등 등등.. 그리곤 어느덧 바이크와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현재 그 과거를 회상하면, 도대체 무엇때문에 내가 그 모터바이크에 목숨을 걸고 탔는지 간혹 의아할 때가 있다. 이미 다수의 슬립(단순 사고,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경우)으로 정내미가 떨어질만 했는데 말이다. 내가 사랑했던 바이크는, 몹쓸 주인을 만나, 상처 투성이가 되었고, 막상 학생신분이었던 나는 고작 어머니 메니큐어로 땜방(?)정도만이 가능했었다. 그런데 그 누더기 바이크에 난 그야 말로 미쳐있었다.

 어디선가 들은적이 있다.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디있겠느냐고. 굳이 꼭 집어 말한다면, 불안했던 나의 청소년 시절때 하나의 돌파구를 마련해 준게 바로 바이크가 아니었나란 생각이 든다. 물론 바이크를 탔을때, 당시 학생신분으로 도저히 갖을수 없었던 수입제 바이크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위안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수입제 4기통 바이크가 내뿜어주는 시원한 가속력과, 중후한 소리를 제외하고서도, 내가 줄곧 바이크를 손에 놓지 못했던 이유는, 나로 하여금 일종의 '고도의 집중'을 발휘할 있는 최초의 기회를 제공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바이크를 좋아했던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나의 "생명"과 직결된 고속 주행에 있어서, 필요로 했던 남들의 부러운 시선도, 그렇다고 멋진 소리도 아니었다. 어느덧 세상이 흐릿하게 흩어지고, "죽지 않기 위해" 고군 분투하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 내가 정말 사랑했던 순간이었다. 세상 살면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 불필요하고, 나한테 득없는 내용이 얼마나 많은가? 특이나 매 순간 부정적이었던 나에게 마주친 현실은 그다지 좋은 결과로 피드백 되질 않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집중하고, 유일하게 "나"를 확인했던 작업이 바로 바이크가 아니었을까.

 

 참 쑥스럽게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나"에 대한 확인 작업보다, "다른이"들이 확인 해 주는 "나"에 더 정신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내 달라진 행동들이 예전에 느꼈던 "고도의 집중에서 오는 쾌감"을 더디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라는 주제를 놓고 생각에 잠길때, 나도 모르게 항상 "바이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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